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〔만 원의 행복​〕

용화(龍華) 2024. 8. 6. 10:1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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햇살 따라 모여든

사람들의 발길이 멈추는 곳이

있기 마련인데요.

 

해푸른 토요일인 오늘도

오가는 발길이 멈추지 않고 있는

이 동네 마트엔

 

가족들과 함께 할 먹거리들을

사러 나온 사람들로

붐비고 있었는데요

 

앉은뱅이 햇살 한 줌을 붙잡고

하얀 얼굴을 한 할머니 한 분이

포대기에 불끈 동여맨 아기를 업고

들어서자 마자

 

시끄러운 사람들 소리에

하늘 잠자던 아기가 놀랐는지

연신 울어대는 소리를 애써 달래며

분유 한 통을

카운터에 내밀고 계셨는데요

 

"그려 빨리 가서 맘마 줄게 좀만 기다려."

하얀 웃음으로 아기의 눈물을 애써 지우고 있는

할머니에

"할머니.. 25,000원 입니다"

카운터 여직원의 말에

황급히 손지갑을 꺼내든 할머니는

나올 것 없는 지갑을 뒤져가며

겨우 내놓은 건

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

다섯 장이 전부였는데요

 

"할머니 만원이 부족해요 "

계산대 여직원의 말에

빈 솥 긁어대듯

카운터 앞에 내어놓은 것은

십 원짜리와 백 원짜리 서너 개가

전부였습니다.

".

 

거 참, 빨리 빨리 합시다"

 

"돈도 없이 마트엔 왜 왔대"

 

"엄마 아빠는 뭐하고 할머니한테

애를 맡겼는지."

 

줄을 서 기다리던 손님들의 입에선

한숨의 언어들로 하나둘 불만이

터져 나오던 그때

 

"할머니 제가 잘못 봤네요.

만 원짜리가 하나가 아니라

두장이었네요, 죄송해요."

 

할머니를 보며 짜증을 내던 사람들의

시선이 여직원에 대한 원망으로

바뀌는 자리가 민망해서인지

할머니는 우는 아이를 업고

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.

 

-오후 9:00-

 

"자 빨리들 마감하고 우리도 퇴근합시다"

 

바쁜 하루를

보상받으러 집으로 가고픈

마트 직원들의 손길이 바빠지던 그때

반 쯤 열린 셔터 사이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는데요

 

"영업 끝났습니다."

 

계산대

여직원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은

낮에 분유를 사 간 그 할머니였는데요.

 

"할머니 어쩐 일이세요?"

 

할머니를 알아본

계산대 여직원 앞으로

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간 할머니는

미리 준비한 만 원짜리 한 장을

내밀고 계셨는데요

 

"아깐 고마웠수"

 

"힘드신 데 밤늦게 왜 나오셨어요?"

 

"아기 재울 겸 나왔다우"

 

"아기가 낮엔 그렇게 보채더니

지금은 새근새근 잠들었네요."

 

할머니는

더 할 말은 눈물이라 하지 못한 채

못 다진 삶의 조각들을 안고

지는 달빛을 따라

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

별처럼 행복해하며

잠든 아기의 손에

 

여직원이 살포시 쥐여준

만 원짜리 한 장은 알지 못한 채.

 

출처 : 노자규의 골목이야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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