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장통을 거쳐 가는 8번 버스엔
늘 승객들이 만원입니다.
보따리마다
주고받은 정을 받아 온다고들
입가에는
흐뭇한 미소를 매달고 있었구요
한참을 달리든 버스 안에서
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
퍼지는 게 아니겠어요.
잠시 후
그치겠지 했던 아이의 울음소리는
세 정거장을 거쳐 올 때까지도
그칠 기미가 없어 보였기에
슬슬 화가 난 승객들은
여기저기서
“아줌마 아기 좀 잘 달래 봐요..”
“버스 전세 냈나..”
“이봐요. 아줌마!
내려서 택시 타고 가요.
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.... “
“아~짜증 나.. 정말 “
아기를 업은
아줌마에 대한 원성과 화난 표정들이
버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을 그때
버스가 멈추어 섭니다.
여기서
아주머니를 내리게 하려나 보다며
바라보는 승객들 마음과는 달리
내려야 할 아주머닌 안 내리고
기사님이
일어서 문을 열고 나갔다 오더니
무언가를 손에 들고
성큼성큼 아이 엄마에게로 다가가
긴 막대사탕의 비닐을 벗겨
아기 입에 물려주니
그제서야
아이는 울음을 그치는게 아니겠어요.
다시
버스는 출발했고
버스 안에 승객들은 소리만 지른게
미안해서인지
멀뚱히 창 밖만 바라보는 가운데
다음 정거장에서
내리게 된 아이 엄마는
버스 기사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
"손등에 다른 한 손"을
세워 보입니다
“고맙습니다.. “
라는 수화로
고마움을 표현한 아이 엄마는
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
청각 장애인이었습니다.
아이 엄마가 내린 뒤
버스 기사는 아주머니와
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
출발하지 않는 채
사랑의 불빛을
멀리 비추어 주고 있었는데도
누구 하나
"빨리 갑시다”
라고
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.
출처 :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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