햇살 따라 모여든
사람들의 발길이 멈추는 곳이
있기 마련인데요.
해푸른 토요일인 오늘도
오가는 발길이 멈추지 않고 있는
이 동네 마트엔
가족들과 함께 할 먹거리들을
사러 나온 사람들로
붐비고 있었는데요
앉은뱅이 햇살 한 줌을 붙잡고
하얀 얼굴을 한 할머니 한 분이
포대기에 불끈 동여맨 아기를 업고
들어서자 마자
시끄러운 사람들 소리에
하늘 잠자던 아기가 놀랐는지
연신 울어대는 소리를 애써 달래며
분유 한 통을
카운터에 내밀고 계셨는데요
"그려 빨리 가서 맘마 줄게 좀만 기다려."
하얀 웃음으로 아기의 눈물을 애써 지우고 있는
할머니에
"할머니….. 25,000원 입니다"
카운터 여직원의 말에
황급히 손지갑을 꺼내든 할머니는
나올 것 없는 지갑을 뒤져가며
겨우 내놓은 건
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
다섯 장이 전부였는데요
"할머니 만원이 부족해요 "
계산대 여직원의 말에
빈 솥 긁어대듯
카운터 앞에 내어놓은 것은
십 원짜리와 백 원짜리 서너 개가
전부였습니다.
"아….
거 참, 빨리 빨리 합시다"
"돈도 없이 마트엔 왜 왔대"
"엄마 아빠는 뭐하고 할머니한테
애를 맡겼는지…."
줄을 서 기다리던 손님들의 입에선
한숨의 언어들로 하나둘 불만이
터져 나오던 그때
"할머니 제가 잘못 봤네요.
만 원짜리가 하나가 아니라
두장이었네요, 죄송해요."
할머니를 보며 짜증을 내던 사람들의
시선이 여직원에 대한 원망으로
바뀌는 자리가 민망해서인지
할머니는 우는 아이를 업고
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.
-오후 9:00-
"자 빨리들 마감하고 우리도 퇴근합시다"
바쁜 하루를
보상받으러 집으로 가고픈
마트 직원들의 손길이 바빠지던 그때
반 쯤 열린 셔터 사이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는데요
"영업 끝났습니다."
계산대
여직원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은
낮에 분유를 사 간 그 할머니였는데요.
"할머니 어쩐 일이세요?"
할머니를 알아본
계산대 여직원 앞으로
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간 할머니는
미리 준비한 만 원짜리 한 장을
내밀고 계셨는데요
"아깐 고마웠수"
"힘드신 데 밤늦게 왜 나오셨어요?"
"아기 재울 겸 나왔다우"
"아기가 낮엔 그렇게 보채더니
지금은 새근새근 잠들었네요."
할머니는
더 할 말은 눈물이라 하지 못한 채
못 다진 삶의 조각들을 안고
지는 달빛을 따라
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
별처럼 행복해하며
잠든 아기의 손에
여직원이 살포시 쥐여준
만 원짜리 한 장은 알지 못한 채….
출처 : 노자규의 골목이야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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